8조 빅딜, 4개월 만에 막 내렸다
네이버가 배달의민족(배민) 지분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했습니다. 17일 공시를 통해 "경영환경 등의 변화에 따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건데요. 지난 5월 인수설이 처음 제기된 지 약 4개월 만에 나온 공식 결론입니다.
애초에 이 딜은 최대 8조 원 규모로 거론됐습니다. 네이버가 우버와 컨소시엄을 꾸려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지분을 사들이는 구상이었고, 지분은 네이버 20%, 우버 80%로 나누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쇼핑과 페이, 멤버십을 아우르는 커머스 사업과 배달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카드였던 셈입니다.
판을 바꾼 우버의 단독 인수
흐름이 꺾인 건 지난 7월입니다. 우버가 DH 지분 100%를 148억 달러, 우리 돈 약 21조 9,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배민의 개별 매각 절차 자체가 중단됐습니다. 우버는 주당 41.5유로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공개매수에 나섰고, 이미 DH 의결권 지분 약 24.99%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우버는 배민을 포함한 50여 개국 사업장을 가져가되, 사업이 겹치는 스페인과 튀르키예 등 14개 시장은 미국 투자사 SSW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 거래는 각국 경쟁당국과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027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매각 구도가 통째로 바뀌면서 네이버가 끼어들 여지가 사라진 겁니다.
남은 건 AI라는 새 무게추
네이버가 밝힌 이유는 '경영환경 변화' 한 줄이지만, 업계에서는 배경을 다르게 읽습니다. 최근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 등으로부터 14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며 AI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인수에 쓸 재원과 조직의 무게추를 AI 쪽으로 옮긴 겁니다.
사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우버와 제휴를 맺고 멤버십 이용자에게 '우버 원'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철회가 양사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인수전은 끝났지만, 국내 배달 시장의 판도와 네이버의 다음 수는 다른 국면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