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둔 2,000가구가 마주한 대출 절벽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들의 마음이 무거운 상황입니다. 2,178가구 규모의 이 단지에서 잔금 집단대출이 사실상 막혀 버렸기 때문인데요. 지난 24일 하나은행이 내놓은 500억 원 대출 한도가 오픈 3분 만에 싹다 소진되었습니다. 전체 잔금 규모가 최대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데, 은행 9곳이 내놓을 수 있는 한도가 각각 50억~500억 원에 불과했던 겁니다.
결국 전체 가구의 10%도 채 대출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 8%대의 연체 이자가 붙고 입주도 지연되기 때문에, 일부 예정자들은 사금융까지 고려하며 주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은행들이 대출 문을 닫은 건 악의가 아니라 구조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1.5%를 이미 다 채우거나 코앞에 둔 상태라서, 자율적으로 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운 겁니다. 총량을 초과하면 내년 대출 한도가 깎이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죠.
물론 특정 단지만 예외로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은행권은 수원이나 평택 등 다른 신축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 단지에 1조 원이 넘는 대출이 쏠리는 리스크도 부담스럽고요. 은행들은 결국 금융위가 총량을 늘리거나 실수요자를 명확히 예외로 인정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은행들의 손을 풀어줄 구체적인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2030 세대의 주거 위기와 핀셋 지원의 틈새
이번 사태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39세 이하의 주택 보유율이 27.7%로 떨어졌는데요. 이는 2017년 통계 재편 이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내려간 수치입니다. 반면 50대는 63.5%, 60대 이상은 68.5%로 세대 간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고, 순자산 차이도 2.5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를 위한 핀셋 지원을 검토 중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잔금대출에 예외를 적용하며, 이주비 대출의 LTV 기준을 신축 주택 가격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팰루시드 단지도 토론회 이후 일부 대출이 재개되며 정책의 방향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규제는 더 강화될 전망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고액 대출자에게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우면서도 시장 안정을 꾀하는 정부의 균형 잡기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