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을 준비하는 7개 씨앗
정부가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먹거리로 삼을 7대 미래성장동력 SEED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지난 8월 12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보고회가 열렸는데요. 이번에 선정된 분야는 SMR(소형모듈원자로),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소재·부품 공급망입니다. 모두 초기 투자가 크고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장기 과제들이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이 씨앗들을 키우고, 자란 씨앗이 다시 새로운 메가프로젝트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7대 SEED는 단순한 기술 목록이 아니라, 현재 주력 산업과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면 SMR이나 핵융합 같은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 에너지가 다시 반도체 공장 유치를 돕는 식이죠.
정부 주도와 민간의 숙제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양자기술이 차세대 프런티어 SEED로 선정되자 한국양자산업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요구도 내놓았는데요. 막대한 초기 연구개발 비용과 상용화 시점의 불확실성 때문에 민간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정부가 공동 연구개발이나 지분 투자를 통해 초기 위험을 함께 분담하고, 최소 10년 이상의 일관된 국가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번 보고회 자체에서도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드러났습니다. 이 대통령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추진하는 한화 관계자나 양자 분야 민간 기업인을 현장에서 찾았지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기술의 상용화와 세계 시장 경쟁은 결국 기업의 몫이기 때문에,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메우는 게 시급합니다. 규제 개선과 실증 공간 확보 같은 현장 중심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10년 뒤를 보는 산업 구조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예산을 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2030년대와 2040년대까지 이어지는 사업인 만큼,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의 칩스법처럼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죠. 또한 성과가 검증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후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균형감도 요구됩니다.
구체적인 로드맨도 제시되었습니다. 양자 분야에서는 2029년까지 오류 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급 프로세서를 확보하고,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국내 최초 민간 주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당연히 10년, 20년 뒤의 결과를 보장하는 정책은 없지만, 토양을 일찍 마련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대기업의 자본과 연구자의 기술, 스타트업의 도전이 만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씨앗은 싹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