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협상의 줄다리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 등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행정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미국 내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관보에 공식 게재되기 전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위기를 막기 위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을 미국 워싱턴D.C.로 급파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은 채, 부대표 및 의회 측 인사들을 상대로 한 설득에 그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주요 이유로 꼽으며, 투자 이행 의지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조현 장관은 관세 인상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회담 결과 발표에서 관세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원자력 발전, 핵추진 잠수함, 조선 분야 등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협력을 재차 강조했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꺼낸 배경이 경제적 실리, 즉 투자 유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특별법 통과 전이라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실행을 검토하며 미국 측의 관보 게재 시점을 늦추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회의 움직임과 협상 카드
이런 외교적 난항 속에서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야는 미국의 관세 재인상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합의했습니다. 목표는 한 달 안에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는 것이죠. 여한구 본부장은 이 같은 국회의 신속한 처리 합의가 미국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실제로 미국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별법의 지연이므로, 국회의 조치 자체가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관세 인상 예고가 관보에 게재되는 것 자체보다, 실제 인상이 시행되는 시점입니다. 정부는 즉시 인상은 막아내고,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거나 유예하는 데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투자, 디지털 규제, 핵심 광물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한국에게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일본보다 한국의 투자 실행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한 미국의 불만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의 걸림돌입니다.
난항 속의 전망과 복잡한 그림
협상의 진전 부재는 한미 간 다른 현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원자력 협력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의가 대표적인데요, 한국 정부는 2027년 착수 목표로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반면, 미국 측 협상단 구성은 더딘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 실행을 이른바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즉, 가시적인 투자가 먼저 이루어져야 안보 분야의 협력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번 관세 위기는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 한미 동맹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 아래에서 경제적 이익과 안보 협력이 복잡하게 연계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죠.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즉각적인 관세 인상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국회의 특별법 처리 합의가 한국 측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상 창구가 좀 더 확실히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미국의 관보 게재 시점과 그 이후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긴장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