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선적 '0'이라는 이례적 기록
미국의 해상 봉쇄가 강화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멈춰섰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이란의 원유 선적량이 제로(0)를 기록했다고 전했는데요. 전쟁 발발 이후 처음 나온 수치입니다.
감소 속도도 가파릅니다. 지난 4월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 달하던 수출량은 5월 41만 배럴, 6월 62만 배럴로 떨어졌고, 7월 96만 배럴로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8월 25만 배럴로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9월, 완전히 정지했습니다.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장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 셈입니다.
위성 데이터가 확인한 봉쇄의 실체
이 같은 흐름은 민간 분석업체들의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벨기에 해운·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와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보르텍사는 위성 이미지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결론을 내놨습니다. 두 업체 모두 이란의 선적 급감이 미국 봉쇄의 직접적 결과라고 봤습니다.
현장 상황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난 8월 25일 기준 이란이 보유한 유조선 25척은 대부분 미국 해군의 감시 아래 정박 상태였습니다. 2월부터 봉쇄가 본격화되면서 선박 이동 자체가 제한된 겁니다. 다만 이번 집계는 위성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예비 수치인데요. 이란 유조선은 보통 자국 해역을 떠난 뒤 약 2주 후에야 말라카 해협이나 수에즈운하 인근에서 AIS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1~2주 뒤 데이터가 갱신되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알화 폭락과 물가 70%의 현실
봉쇄의 여파는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란 리알화는 1달러당 220만 리알을 넘어서며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고,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에 달합니다. 식음료와 담배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고, 월평균 임금은 정부가 추산한 생계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란은 육로와 내륙 항로 등 대체 운송 경로를 모색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동부 해상 부유식 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던 원유를 일부 중국 정유공장에 공급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공급이 이어지지 않으면 재고가 곧 소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출 감소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일부 수입국들은 비축량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국제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봉쇄가 풀릴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