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 확산에 약사 81% '심각'…동네약국 생태계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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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4월 13일 오전 8:21

발행: 2026년 4월 13일 오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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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확산으로 인해 약사 81.6%가 심각한 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상담이 필수인 영양제, 상비약 매출이 크게 줄었고, 500m 이내 약국의 44.8%는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습니다. 해외는 약국 대형화를 규제하는 반면, 국내는 관련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약사들은 약국 개설 사전심사제 도입 등 제도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본질을 잃어가는 약국 공간

약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창고형 약국’의 확산인데요. 대한약사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1.6%가 이 문제를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46%에 달할 정도로, 단순한 경쟁 구도 변화를 넘어 약국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가격 중심의 대형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복약 상담과 건강 관리라는 약국 본연의 역할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당연히 현장의 체감 피해는 뚜렷합니다. 조사에 응한 약국의 65.5%는 방문 고객이 줄었다고 답했고, 55.8%는 가격에 대한 불만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품목은 영양제(72.8%)와 상비약(53.3%)이었습니다. 이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품목일수록 창고형 약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약사의 가치가 단순한 의약품 판매원이 아니라 복약을 지도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번 현상은 업계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500m 안쪽 약국, 매출 20% 이상 급감

창고형 약국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광범위합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약국들이 입고 있죠. 창고형 약국과 500m 미만에 위치한 약국의 44.8%가 매출이 20% 이상 급감했다고 답했습니다. 5km 이상 떨어진 약국에서도 21.9%가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는, 그 영향이 해당 상권을 넘어 광역 단위로 퍼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실 매출 감소 폭 자체는 10% 미만이 41%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20% 이상 감소한 경우도 27.2%에 달해, 피해가 고르게 퍼져있기보다는 특정 지역과 약국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편중된 충격은 지역별 의약품 접근성과 약료 서비스의 질에 격차를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격만을 내세운 대형 점포가 특정 지역에 몰리면, 그 주변의 소규모 약국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니까요.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이 상황을 두고 “약국을 복약상담과 건강관리의 공간이 아닌 가격 중심의 판매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전문가의 판단과 지도가 필수적인 만큼, 단순 판매 공간으로의 전환은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는 규제, 국내는 논의 단계

이런 문제에 대해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독일은 ‘약사 1인 1약국’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대형 체인이나 자본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약국 개설 시 인구수와 기존 약국과의 거리 제한을 두어 지나친 밀집을 방지하고 있죠. 공통점은 의약품 유통과 약료 서비스를 공공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보고, 순수한 시장 논리만이 지배하지 않도록 장벽을 쳐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국내 상황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회에는 복수 약국 운영을 명확히 금지하는 법안, 약국 명칭에 ‘창고’ 등의 단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 약국 개설 심사를 강화하는 법안 등 여러 대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서영석 의원의 ‘약사 1인 1약국’ 명확화 안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진전이 더딘 상황이에요. 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들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장 약사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약국 개설 사전심사제 도입’을 꼽습니다. 응답자의 62.1%가 이 규제 법안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했는데요. 여기에 비약사나 법인의 우회 개설을 차단하기 위한 자본 출처 공개 강화(23.0%), 불법 광고와 이중 가격표시에 대한 단속 강화(5.4%) 등의 요구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창고형 약국 논란은 의약품이 시장의 상품인 동시에 공공의 건강을 책임지는 재화라는 이중적 성격에서 비롯된 갈등입니다. 가격 경쟁을 통한 소비자 편익과 전문적 관리가 필수적인 공공재적 성격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