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중심으로 선을 긋는 세제 개편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재편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기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이어져 온 1주택자 보호 원칙이 실거주 중심으로 크게 변화한 것인데요, 이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를 억제하고 조세 형평성을 회복하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당연히 고령층과 장기보유자들의 반발이 거섭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평생 일해 집 한 채를 마련한 고령자들을 국가가 내쫓는 형국이라며,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공제 축소, 증여세까지 더해진 3중 징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사실상의 소급 과세로 규정하며, 과거 보유 기간에 대한 신뢰보호 원칙이 무너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나 의원은 이에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장기보유자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기존 보유 기간에 대한 경과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과도한 혜택을 누려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 1주택자의 60% 이상이 가구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등, 세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진세 체계가 약화되고 조세 형평성이 훼손되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세입자와 임대인을 둘러싼 불안감
이번 개편안이 전월세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 기존 세입자들이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민간 전월세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이 시장에서 물러서면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전세사기 여파로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서민들에게 피해를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도 등록임대주택 제도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반발했습니다. 협회는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를 축소하며 주택 처분을 유도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실제 매도가 어렵고 이는 결국 임차인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등록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일반 임대주택보다 전세 기준 약 53% 수준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뒷받침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번 세제 개편이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전월세 가격만 올리는 국가 폭력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세 부담 증가로 현금 흐름이 취약한 고령층이 강제 매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균형 잡힌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실거주 중심 시장 육성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과연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를 완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조합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 지역 개발을 두고도 대립하고 있어 공급 확대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전월세 공급 감소와 중저가 주택 매매가 상승을 막기 위한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집주인을 압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에서 전월세 주택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