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의 마지막 거점을 노린 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의 실질적 마지막 거점인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를 집중 공습했습니다. 드론 수백 대와 미사일, 무인정을 동원한 이 작전으로 방공시설과 부두, 항만 인프라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주요 곡물 터미널 2곳이 가동 중단되었고, 인근 지역은 물 공급까지 끊기는 등 일상이 마비되었습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향해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자포리자, 폴타바, 오데사,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 4개 지역에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부었는데, 병원과 상점, 주거 건물 등 민간 시설이 집중적으로 타격되었습니다. 특히 자포리자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약 1,200가구가 정전되는 피해가 이어졌죠.
사실 이런 상호 공습은 최근 양측이 서로의 후방을 깊이 파고들면서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745㎢의 영토를 탈환하고 러시아군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밝혔지만, 전선의 변화만큼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의 강도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류망과 민간시설이 표적이 되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군사시설을 넘어 물류와 유통망이 집중적으로 노려졌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와일드베리의 물류창고 20여 곳을 지난 3주간 공격해 118만㎡ 규모의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이 플랫폼이 방탄복이나 드론 부품 등 군수물자를 유통하고 푸틴 정권 실세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수십만 소상공인은 재고가 소실되었음에도 보상받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러시아 내부의 에너지 시설도 잇따라 타격되면서 연료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연료 가격이 1618%나 뛰면서 물류비는 1215%, 일부 노선에서는 50%까지 급등했죠. 원유 수출국임에도 인도에서 휘발유를 역수입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항로를 봉쇄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8월 곡물 수출량은 전년 대비 76%나 급감했고, 다뉴브강 우회로도 처리 능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흑해 항로를 기피하는 선사들이 늘어나 글로벌 식량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확산되는 경제 파장과 교착 상태
전투는 외교적 공간도 좁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루마니아 영공을 약 10분간 침범하자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습니다. 미국은 유럽 에너지 공급의 대안이 되는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 시설과 비러시아 선박 공격을 중단하라고 우크라이나에 경고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전쟁의 후폭풍이 민간 경제와 동맹국 안보까지 건드리면서 갈등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협상단에 전쟁 종식을 위한 제안을 전달하며 방공망 강화와 러시아 압박을 요청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종전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러시아의 침공 4주년을 앞둔 지금까지 결정적인 돌파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 휴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인프라 공격은 민간인의 일상과 세계 경제에 끊임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쟁이 단순한 군사 대결을 넘어 민간 경제와 국제 물류를 흔드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 주변국들의 긴장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