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명 플랫폼과 손잡은 이유
현대글로비스가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코리아와 손을 잡았습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쇼피에 입점하면 픽업부터 항공·해상 운송, 수출입 통관, 현지 인허가, 풀필먼트까지 전 과정을 한 창구에서 처리하는 방식인데요. 이른바 'E2E(End-to-End) 물류'로, 2026년 10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배경에는 K-뷰티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습니다. 올해 1~3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111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1%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쇼피는 동남아와 대만, 브라질 등에서 약 7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은 프리미엄 상품군으로 통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가 K-뷰티인 만큼 국내 브랜드에는 놓치기 어려운 채널입니다.
물류가 '비용'에서 '무기'로
기존에는 픽업, 운송, 통관, 현지 배송을 각각 다른 업체에 맡겨야 했습니다. 단계마다 담당이 바뀌다 보니 배송이 지연되고, 국가별 화장품 인허가 절차도 발목을 잡았죠. 중소 브랜드일수록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구간을 하나로 묶어 병목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셀러들이 물류 대신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회사는 이미 2월 쿤달 물류를 일괄 대행했고, 8월에는 에이피알 화장품의 항공운송 계약을 맺으며 화장품 물류를 넓혀왔습니다.
이번 협력은 실적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 40조 원, 비계열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비계열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완성차 운송 중심에서 벗어나 이커머스 물류를 새 축으로 삼겠다는 계산입니다.
확장의 조건과 변수
양사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중남미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쇼피가 브라질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업계 전반의 움직임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진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 4,200평 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열고 LA 거점과 연계한 북미 K-뷰티 물류망을 구축했습니다. K-뷰티를 앞세운 물류 경쟁이 동남아와 북미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셈입니다.
관건은 통합 서비스가 실제 배송 속도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느냐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2분기 매출 8조 7,054억 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950억 원으로 8.1% 줄었습니다. 물류 효율화가 수익성 개선까지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