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펼쳐진 정치적 대결, 베네수엘라의 감격적 WBC 우승

M경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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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8일 오후 9:50

발행: 2026년 3월 18일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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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WBC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승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과 맞물려 정치적 의미까지 더했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 속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깊은 감동과 유대감을 선사한 ‘구국의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종주국을 넘어선 야구 강국의 탄생

베네수엘라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대2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8강에서 일본을,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각각 제압하며 결승에 오른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된 ‘슈퍼팀’ 미국까지 무너뜨리며 대회 최대의 이변을 완성했는데요. 승부는 팽팽했습니다. 3회 마이켈 가르시아의 희생플라이와 5회 윌리에르 아브레우의 솔로 홈런으로 앞서 나갔던 베네수엘라는 8회말 브라이스 하퍼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순식간에 리드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9회초,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의 결승 적시 2루타가 터지며 다시 앞서 나갔고, 마무리 다니엘 팔렌시아가 9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이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적 성취를 넘어, 심각한 정치·경제적 위기에 처한 한 국가에 깊은 감동과 유대감을 선사한 사건이 됐습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과 정치적 긴장

이 경기는 개최 전부터 ‘마두로 더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정치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시도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경기 결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이러한 긴장감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승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51번째 주 승격!”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는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한 주(state)로 편입하겠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과거 그가 마두로 정권에 대해 취해온 비판적 입장과 맞물려 정치적인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발언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선수들에게 반감을 샀고, 야구장에서의 승리가 단순한 스코어 이상의, 일종의 정치적 ‘보복’과 같은 의미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죠. 미국 대표팀이 결승전 입장 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딴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도, 양국 간의 이러한 ‘라이벌리’ 구도를 부추기는 모양새였습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은 구국의 승리

베네수엘라의 이번 우승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대비되어 더욱 빛났습니다. 국가 대표팀을 이끈 오마르 로페스 감독은 무보수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는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하며 헌신했는데요,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있습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600%에 육박하고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국민 생활이 매우 팍팍한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베테랑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는 “흑백 TV로 우리를 응원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봤다”며 감동을 전했고, 우승의 영광이 월드시리즈 제패보다 값지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조국을 위한 싸움을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결국 이번 우승 트로피는 최정상의 스포츠 퍼포먼스이자, 극심한 분열과 고통 속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은 상징적인 승리로 기록됐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타선을 상대로 3안타만 허용한 투수진의 철벽 수비와,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터진 타선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결과는, 야구장 안팎의 복잡한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