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으로 들어온 혐오 문화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사건은 단순한 학교 폭력 사태를 넘어 교실 깊숙이 뿌리내린 혐오 문화의 실태를 드러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1학기 동안 초중고 교사 305명 중 67%가 학생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광주 지역 학생 65%는 지역 비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고, 강원도에서는 교사 10명 중 8명이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혐오 표현을 교실에서 마주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생들이 해당 표현에 담긴 역사적 상처를 거의 모른 채 유행어처럼 소비한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럽습니다. 혐오가 놀이로 변하는 순간, 그 구조는 더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병리로 확산됩니다.
교사들의 침묵, 그리고 교육의 공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사에서 교사의 73.2%가 혐오 및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을 모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교사가 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혐오 표현을 지적하면 아동학대 논란으로,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면 정치적 중립 위반 민원으로 비화될 수 있어, 교사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이 침묵은 교권 약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혐오가 더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교사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 생활규정에 혐오 표현 조치 근거를 마련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대응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밈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으로의 전환
혐오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임 커뮤니티를 따라 자생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교육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는 밈을 통해 암호처럼 유통되는 혐오 표현을 해체하는 '밈 리터러시' 교육을 제안하며, '인공지능(AI) 정보 관측소'와 누리집 '사이버크래프트'를 통해 혐오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대응 방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허위 정보에 미리 면역력을 키우는 '프리벙킹' 기법이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교사가 혐오 밈의 맥락을 먼저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면, 학생들의 무분별한 추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규제,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학교 안팎에서 혐오의 구조를 읽는 힘을 길러주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입니다. 막말과 조롱이 일상화된 성인의 정치 문화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학습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반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