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성탄절 만찬에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백악관 핵심 인사들이 함께했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시암 상카르 팔란티어 COO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진도 참석했습니다. 이번 만찬은 단순한 교류 행사를 넘어, 한미 간 기술 협력과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중요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만찬에 앞서 정 회장은 백악관을 직접 방문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정책실장과 별도의 면담을 가졌습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와 국방부 연구·엔지니어링 차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AI 수출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첨단 기술 협력의 구체적 그림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미국 AI 수출 프로그램’ 시행을 공식화하며, AI 기술체계를 통합된 패키지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용진 회장과 크라치오스 실장의 논의는 이러한 미국의 정책적 움직임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APEC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한·미 기술번영 MOU’의 후속 조치로서, 양국 간 협력을 구체화하는 실질적인 논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면담에서 유통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적인 유통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혁신을 꾀하고 있는데, AI 기술을 활용한 물류 최적화, 개인화된 고객 서비스, 재고 관리 등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접촉은 한미 양국이 정부 차원을 넘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확장 중인 네트워크, 록브리지네트워크
이번 만찬에는 정치 후원단체이자 싱크탱크인 ‘록브리지네트워크’의 설립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퍼 버스커크 1789캐피탈 CIO도 함께했습니다. 버스커크 CIO는 내년 1월 한국을 방문해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 멤버들과 만나 이사진에 공식 합류할 예정입니다. 정용진 회장은 록브리지네트워크의 아시아 총괄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지부인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는 정용진 회장 외에도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계와 학계, 재계의 주요 인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인맥 교류를 넘어,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정책 연구 및 산업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의 아시아 총괄 회장 직함은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와는 별개로, 그가 구축해 나가는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정용진 회장의 이번 미국 행보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첫째,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이 단순히 내부 R&D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입니다. 국가 간 정책과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연계를 통한 협력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 경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둘째, 록브리지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은 기업인의 역할이 기업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국제적 정책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글로벌 어젠다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모습이기도 합니다.
향후 신세계그룹이 미국의 AI 수출 프로그램과 어떤 형태로 협력하게 될지, 또 록브리지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구체적인 사업이나 정책 교류가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 한국 유통업계의 최대 그룹 중 하나의 수장이 백악관 고위 인사 및 글로벌 기술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번 만남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