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지출,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 3천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 감소한 수치인데요. 2019년 분기 통계를 새로 집계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주류 소비는 2023년 4분기부터 10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명목 지출 역시 8분기째 감소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로 살보면 이런 기류가 더욱 뚜렷합니다. 50대 가구의 주류 명목 지출은 10.2%나 줄어 전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39세 이하와 40대, 60세 이상 가구에서도 각각 5.7%, 5.1%, 6.9% 감소했는데요. 사실상 모든 세대에서 동시에 술을 멀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건강이 먼저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회식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 강압적인 음주가 당연시되던 자리가 이제는 가벼운 만남과 휴식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는데요.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이 35.8%에서 33.8%로 낮아졌습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웰니스와 절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거의 폭탄주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회식에 나가도 안주만 쏙쏙 골라 먹고 술잔은 거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취미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기준이 분명해졌습니다.
출고량 추이에서도 시장 위축은 명확합니다.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천 킬로리터로, 10년 전인 2014년보다 17.3% 감소했습니다. 매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라 시장 규모 자체가 많이 작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수 낮추고 조직 줄이는 주류 업계
소비자들이 변하자 주류 업계도 속도를 내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춰 6월 중순부터 출시할 예정입니다. 약 2년 4개월 만의 주질 개선인데, 이 역시 저도주를 선호하는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전략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진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알코올 도수 4.5도에서 7도 사이의 저도주 제품군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은 쉽게 극복되지 않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전국 영업망을 권역별로 재편하는 등 고통스러운 구조조정도 진행했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적게 마시되 맛있게 즐기는 이른바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알코올 음료와 저칼로리 제품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음주 습관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주류 시장은 단순히 도수를 낮추는 것 이상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