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불러온 '나프타 쇼크', 공장 멈추고 시장이 흔들리다

연KK뉴
16개의 관련 기사

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8일 오전 7:53

발행: 2026년 3월 27일 오후 3:26

요약 생성중...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며 석유화학 업계가 연쇄적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매점매석 단속과 기업 지원에 나섰다. 업계는 당장의 위기 대응과 함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폐플라스틱 재자원화 같은 근본적 해법 모색을 시작했다.

산업의 혈관이 막히는 위기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의약품 용기 등 우리 생활 전반을 이루는 수많은 제품의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리죠. 이 위기가 현실화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여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공장들입니다. 이미 일부 공장에서는 전략적 셧다운, 즉 생산 중단이 시작되었고, 이 추세가 확산될 경우 4월 말이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입니다. 공급이 끊어지자 비닐·플라스틱 가공 중소업체들은 원료 확보를 위해 공급 단가의 두 배를 선금으로 내밀기도 하지만, 물량을 구하지 못해 휴업을 고려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정부, 전시 체제로 긴급 대응 가동

이런 비상 상황에 정부는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단행된 조치는 나프타 수출의 전면 금지였습니다. 관세청은 나프타를 수출신고 대상으로 지정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하도록 했고, 수입 신고를 지연할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는 규정도 즉시 시행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위기를 틈탄 매점매석이나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는 나프타에 이어 에틸렌,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제한까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업 지원에도 나서, 나프타를 해외에서 고가로 조달할 때 생기는 차액을 지원하고, 신용장 한도를 확대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근본 해법을 찾는 산업계의 고민

당장의 불붙은 불을 끄는 조치와 병행해, 보다 근본적인 해법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정부의 비상 조치에 협력하며 국내 공급망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의 걱정은 깊습니다. 현재 국내 나프타 수입의 80% 이상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이에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처리해 나프타를 대체할 원유를 생산하는 ‘순환형 에너지 안보’ 체계 구축이 그것입니다. 하루 1만5000톤의 폐플라스틱을 재자원화하면 약 7만5000배럴의 원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른바 ‘애국적 채굴’이 하나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에는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당장의 위기가 고조되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는 장기적 해법을 모색하면서도 오늘 내일의 생산라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