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원으로 살린 회생 불씨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맞서 즉시항고장을 제출하며 마지막 불씨를 지켜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3일, 운영자금 확보가 안 된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선언했는데요. 법정 시한이었던 7월 20일,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2천억 원 전액에 연대보증을 서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긴급운영자금을 승인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항고가 받아들여지면 회생절차 기한은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됩니다. 홈플러스는 자금이 집행되는 대로 전국 점포의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영업 중단이 17일가량 이어지면서 매대는 이미 텅 비었고, 협력업체들은 추가 납품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당장 물건을 채워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돌아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쌓여가는 부채와 깨진 신뢰
확보된 2천억 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홈플러스가 갚아야 할 공익채권만 약 9천300억 원에서 1조 원에 달하고, 협력업체 미지급 납품대금도 4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일부 입점 점주는 지난 5월 대금조차 받지 못해 개인 포스기를 직접 설치하며 버티고 있고, 전기료 미납으로 단전 위기를 겪은 점포도 있었습니다.
금융권 역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환불 리스크를 우려해 결제대금 지급을 보류했고, 금융당국은 사업장별 대리은행을 지정하며 대주단 자율협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을 쥐어주는 것보다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쪽이 훨씬 어렵다는 점입니다. 납품업체들은 구체적인 지급 계획 없이는 상품 공급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개별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회생을 허락하더라도 매장 안을 채우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모펀드 경영의 그늘과 남은 과제
이번 위기의 뿌리를 두고 사모펀드의 단기 이익 추구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인수 대금의 60~70%를 타인 자본으로 충당하는 대규모 차입매수를 감행했습니다. 이후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상환했지만, 막대한 임차료가 고정비로 쌓여 온라인 전환을 위한 투자 재원을 고갈시켰습니다.
사실 MBK가 홈플러스 구제에 소극적인 동안 미국에서 고려아연 관련 행사를 열며 여론전에 집중했다는 점도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2천억 원 지급보증이 실질 피해 구제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대주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완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9월 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가결시키고 조 단위 자금을 감당할 새 인수자를 찾아야 합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앞날이 험난한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