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공백, 스틸 대사로 메우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미국, 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 아일랜드 등 4개국 신임 주한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았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와의 첫 대면에 쏠렸는데요. 바이든 행정부 때 이임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후 1년 7개월간 이어졌던 주한미국대사 공백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겁니다.
스틸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임명된 첫 주한미국대사입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인물인데요.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부임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이 대통령은 스틸 대사가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발전시키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풀어야 할 산적한 현안들
현재 한미 양국 사이에는 여러 현안이 쌓여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후속 이행과 쿠팡 제재 문제가 뾰족한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미국 측은 한국의 쿠팡 제재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온플법 시행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법들이 미국 기업 차별과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안보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함께 농축우라늄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현안들을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 과정을 통해 원만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틸 대사의 부임으로 고위급 소통 채널이 복원된 만큼, 그동안 지연됐던 주요 의제들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전망입니다.
소통과 협력의 외교적 시험대
스틸 대사 역시 한국 정부와 국민과 폭넓게 소통하며 상호 이해를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부임 직후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고 부모님이 다녔던 교회를 찾는 등 한국 사회에 대한 친밀감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됩니다.
사실 이번 신임장 제정식에는 포르투갈, UAE, 아일랜드 대사들도 함께 참여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호혜적 협력을 심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배석한 웬디 커틀러 전 한미 FTA 미국 측 수석 대표는 뉴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과거 소고기 수입 논란 때처럼 이견이 있더라도 기존 협의 채널을 통해 솔직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1년 7개월의 공백을 메운 스틸 대사의 첫걸음은 한미 양국이 현안을 본격적으로 조율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이 한미 동맹의 큰 틀을 어떻게 다듬어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