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전등이 꺼진 2만 5천 세대
지난 13일 오후 5시가 넘어 인천 영종하늘도시 일대가 갑자기 암흑에 휩싸였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그날, 아파트와 상가, 병원 등 약 2만 5천 세대의 전기가 한순간에 끊겼는데요. 기록적인 더위 속에서 에어컨과 냉장고가 멈추자 주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고, 곳곳에서는 승강기에 갇힌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총 26건의 구조 신고를 접수하고 25명을 전원 구조했으며, 이 중 1명은 허리 통증으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상인들의 피해도 컸습니다. 횟집에서는 산소 공급기가 멈춰 약 20kg의 해산물을 폐기했고, 김밥집과 마트 역시 냉동 식품이 녹아내리며 영업 손실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저녁 장사 시간대에 정전이 터지면서 예약 취소와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은 가게도 많았습니다. 도로의 가로등과 신호등이 꺼지자 경찰관들이 직접 교통 정리에 나서는 등 도시 기능이 일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한 줄기 송전선로가 멈추자 멈춘 도시
이번 정전의 원인은 중산변전소로 들어가는 지중 송전선로 설비의 고장이었습니다. 사실 12일에 송전선로 2개 중 1개가 먼저 고장 났는데, 다음 날인 13일에 예비 선로마저 문제가 생기면서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처럼 예비 선로까지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종 지역 전력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7월 1일에 개서한 영종경찰서까지 정전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치안을 담당하는 핵심 국가시설의 CCTV와 통신장비, 출입통제 시스템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는데요. 비상 발전기나 무정전 전원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재난 대응 핵심시설의 전력 안전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과 복합리조트가 밀집한 국가 관문이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전력 공급망이 제한적입니다. 도시 규모는 급격히 커졌으나 전력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시 복구 뒤에도 남는 불안
한국전력은 인근 변전소의 예비 전력을 긴급 투입해 정전 발생 약 4시간에서 6시간 만에 임시 복구를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곳의 전력을 끌어다 쓰는 임시 조치일 뿐, 고장 난 송전선로 자체를 완전히 고치는 데는 2~3일이 더 소요될 전망입니다.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임시 복구 상태는 언제든 다시 정전될 수 있는 뇌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전은 추가 정전 방지를 위해 주민들에게 냉방기 사용 자제를 강력히 당부했고, 인천시는 행정복지센터에 주민 대피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당장 불이 켜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닙니다. 영종도의 전력망 이중화와 핵심 시설의 비상전원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