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다
지난 7일 교육부 주최 간담회에서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이 최교진 장관 앞에서 현장체험학습 강제 중단을 호소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 영상은 나흘 만에 조회 수 645만 회를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교사들은 안전사고 시 법적 책임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인해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초등교사노조가 전국 초등교사 2만19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2%가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서울교사노조의 별도 설문에서는 교사 99%가 체험학습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죠. 교사들은 고의성 없는 사고라도 면책되지 않는 현재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대전, 봄소풍마저 사라졌다
올해 대전 초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참여율이 급감했습니다. 151개 학교 중 단 5곳(3.3%)만이 수학여행을 진행했고, 봄소풍은 지난해 51곳에서 올해 32곳으로 줄었습니다. 대전교사노조는 지난 몇 년간 발생한 사건 사고와 교사 책임 구조가 심리적 위축을 불러왔다고 분석합니다.
반면 대구는 모든 초등학교가 수학여행을 진행했고, 충남은 69%, 세종은 45%의 학교가 참여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현장체험학습 보조 인력과 조례를 통해 교사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데, 대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대전시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교육청은 뒤늦게 의견 청취에 나섰습니다.
책임 구조 개선이 먼저다
강석조 위원장은 2022년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 이후 동료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은 법적 처벌 선례가 현장학습을 사실상 중단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선제적 안전 조치 시 법적 보호'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부모 민원도 심각합니다. 특정 학생과의 조 편성 요구, 사진 200장 중 자녀 사진이 5장뿐이라는 항의 등이 반복되면서 교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서울교사노조 설문에서 교사 100%가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원스톱 대응체계를 요구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육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책임 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