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인상에 운송업계 '멈춤' 선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정부의 연료 가격 인상 조치가 운송업계의 집단 반발을 낳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9월 7일, 보조금 할당량을 초과해 주유하는 차량에 대해 휘발유 가격을 기존의 약 2배인 리터당 0.04달러로 올렸는데요. 월 수입이 100달러 수준에 머무는 서민들에게 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입니다. 사실 이번 인상은 수년간 이어진 보조금 축소 기조 속에서 나온 조치라 국민적 불만은 한층 거세 보입니다.
이에 택시와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9월 10일 케르만주에서는 택시기사 120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란 최대 민간 고용주인 배달·카풀 서비스 '스냅' 기사들도 아라크와 셈난 등지에서 파업과 차량 행렬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물류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반다르 항구의 트럭 기사들까지 파업 가능성을 경고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트럭·운전자 노조는 연료비 인상분을 운전자와 가족이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란 국립 트럭운전자협회 관계자는 전쟁 중 미사일 공격 속에서도 화물 운송을 멈추지 않았던 기사들이 정작 기름을 넣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상황은 이미 가격 인상 직전부터 심각했습니다. 기름을 확보하려는 운전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주유소는 연료가 고갈되었고, 리알화 가치도 달러당 230만 리알을 넘어서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생계와 직결된 연료 문제가 전쟁 이후 이란의 가장 민감한 사회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적 고립'으로 압박 수위 높여
이란 내부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향한 제재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9월 10일, 이란의 대리 세력인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지원한 혐의로 중동 지역 기업과 개인들을 특별제재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대상은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레바논에서 활동하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거래망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경제적 고립 작전'을 전개해 이란 정권을 연명시키는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대이란 제재를 39건이나 위반한 미국인에게는 약 19억 원의 민사 합의금을 부과하는 등 내부 규제 집행도 병행했습니다. 미국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 이란과의 거래 라이선스 요청을 대부분 거부하며 사실상 이란의 국제 금융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재 강화는 이란의 외환 수입과 물자 조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이 중국과 운영해 온 비공개 거래 체계도 제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물물교환으로 넘어선 제재, 서민의 고통은 여전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과 원유를 물물교환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체계는 국제 은행망을 거치지 않도록 설계되어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와 중국 국영 원유 거래업체 간 수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해집니다. 중국 측 금융기관과 특수목적법인(SPV)이 동원된 이 거래는 2021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리 자금의 약 70%는 기반시설 사업에 배정되고 나머지는 제품 공급업체 대금으로 지급되는 구조였죠.
이를 통해 이란은 중국산 의약품과 차량, 통신장비를 조달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방공장비 공급 계약에도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우회로가 전쟁과 제재의 이중고를 겪는 이란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연료 가격 급등은 이란 국민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으며, 물물교환이나 군사장비 거래는 당장의 생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란 국민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고립 작전과 이란의 경제난은 서로를 부추기는 형국입니다. 운송업계의 파업은 이란 정부가 민생 안정과 제재 대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든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동향과 이란 내부 민심의 변화가 중동 정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