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주장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 상공에서 벌인 군사적 대치가 외교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6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이륙한 J-15 함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를 향해 화기관제용 레이더를 조사(조준)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일본 측은 이 행위를 "위험한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사전 통지 없이 이루어진 이번 레이더 조사가 항공 안전을 위한 정상적인 수색 활동이 아니라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완전히 다른 설명을 내놓습니다. 중국 국방부와 관영매체는 이번 사건이 미야코 해협에서 진행된 정상적인 원양 훈련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은 훈련 공역 정보를 사전에 일본 측에 통지했으며, 오히려 자위대 전투기가 훈련 구역에 접근해 훈련을 방해했다고 맞섰습니다. 중국 측은 심지어 일본 함정과의 교신 기록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려 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단순한 군사적 접촉을 넘어 외교적 신뢰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비화되었습니다.
오키나와를 에워싼 중국 항모의 '무력 시위'
이번 레이더 조준 논란은 중국 항공모함 전단의 대규모 활동과 맞물려 더욱 불거졌습니다. 지난 5일부터 중국 랴오닝함은 일본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이례적인 항해를 펼쳤습니다. 오키나와섬을 'ㄷ'자 형태로 돌며 포위한 뒤, 동쪽의 미나미다이토지마 섬 주변을 'S'자로 선회했습니다. 나흘간 함재기와 헬리콥터의 이착륙이 약 140회에 달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지속한 겁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항모의 움직임이 몇 가지 목적을 가진 것으로 분석합니다. 첫째는 일본 난세이(남서) 제도 일대에서의 훈련을 일상화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더 전략적인 의미로 보입니다. 오키나와 동남쪽 해역은 미국 요코스카 기지의 항모 전단이나 일본 본토의 자위대 함정이 대만 해협으로 진출할 때 통과해야 하는 핵심 길목입니다. 중국이 이 구역을 훈련 장소로 삼은 것은 잠재적 개입 경로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입장과 '조용한' 트럼프 행정부
동맹국 일본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의 반응이 주목받았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레이더 조준 행위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미일 동맹의 강고함을 재확인했습니다. 주일 미 해병대 사령관 로저 터너 중장은 더욱 강경한 어조로, 이번 사건을 "최근 본 것 중 가장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백년의 안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인사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행정부와 차별되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용함'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과 연결된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공개된 NSS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대신, 경제적 실리와 상호 이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여기에 서반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돈로주의' 기조까지 더해지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일정 부분 묵인하는 신호로 읽히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에 대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미국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의 군사적 행위에는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동맹국인 일본에게는 불안감으로, 중국에게는 전략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복잡한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역사적 상징성과 향후 전망
갈등의 배경에는 단순한 군사적 접촉을 넘는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한 강력한 응답으로 군사적 압박을 선택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와 외교부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며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이 훈련을 벌인 류궁다오 해역은 청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이 청나라 북양함대를 궤멸시킨 장소여서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현재의 갈등은 군사적 현안을 넘어, 미·중·일 삼각 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의 큰 그림 속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군사적 행동과 외교적 발언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동맹 결속력을 시험하고, 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의 압박에 맞서고자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한 외교 정세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향방은 미국의 구체적인 행보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지원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할지,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명확한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핵심 관전포인트가 될 겁니다. 레이더 조준 사건과 오키나와 무력시위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힘의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