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넌 이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동 수단이었는데요. 그동안 전용 열차나 전용기를 이용했던 그가 이번에는 차량을 타고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넌 겁니다.
이 다리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길이 약 3km, 왕복 4차로 자동차 전용 교량입니다. 2014년에 완공됐지만 핵 개발과 코로나19 국경 봉쇄가 겹치면서 개통이 미뤄졌고, 지난 10월 15일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개통 9일 만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이 다리를 건넌 셈이니, 그 자체가 상징적인 메시지였습니다.
혈맹의 명분, 실리는 경제
방문 첫 일정은 항미원조기념관이었습니다. 6·25 참전 76주년을 맞아 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피로써 맺어진 조중 친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중국 쪽에서는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영접에 나섰는데, 서열 4위이자 시진핑 주석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역사적 명분을 앞세우면서도, 뒤에서는 실리가 오갔습니다. 김 위원장은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며 산업 협력에 관심을 보였고, 양국은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습니다. 개통 다음 날 위성사진에는 북한 쪽 통관구역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트럭 70여 대, 중국 쪽에서 대기 중인 트럭 30여 대가 포착됐습니다. 다만 유엔 제재 품목 검사와 통관 지연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APEC 앞둔 몸값 계산
이번 방문의 시점도 읽을 거리가 있습니다.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찾았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 당일치기 방중이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청와대는 "방중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고, 여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외교·안보 라인 경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방중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국정감사에서도 논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