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상승이 일상이 된 식탁
2026년 상반기, 한국 식탁 위에서 가격표가 쉬지 않고 바뀌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와 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조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9% 폭등하며 2020년 물가 조사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쌀(15.1%), 인삼(14.6%), 감자(10.5%) 등 토종 농산물도 줄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망고는 이상기후와 고환율이 겹쳐 36.3% 급등하며 개당 소매가격 5,791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조목들이 가리키는 건 단순한 농산물 작황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어선 조업이 줄었고, 고환율은 수입 화학비료와 농자재의 원가 부담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항공·해운 유류 할증료와 저온 유통망 비용까지 추가되면서 먹거리 전반의 물가가 연쇄적으로 끌어올려진 구조입니다.
OECD 통계가 말하는 '구조적 고물가'
OECD 구매력평가(PPP) 기준 2024년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46으로, 스위스(147)에 이어 38개 회원국 중 2위였습니다. 평균인 100보다 46% 높은 수치로, 일본(121), 미국(107), 독일(95.2), 영국(91.4)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격차가 최대 50포인트에 달합니다. 2022년 공동 2위, 2023년 1위, 2024년 2위로 3년 연속 최상위권을 유지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대조가 있습니다. 의복·신발(115)과 교육비(108)는 평균을 웃돌았지만, 주거(54.7), 교통(75.3), 여가·문화(80.7) 등은 크게 낮았습니다. 그 결과 가계최종소비 물가지수는 78으로 23위에 그쳤는데요. 즉 한국은 먹거리와 일부 필수품만 비싼, 독특한 물가 구조를 갖고 있는 겁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중고'
현장에서는 더 복잡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근(-37.8%), 양배추(-35.0%), 무(-33.7%) 등 채소류는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했지만, 농가 입장에선 비료값과 기름값이 천문학적으로 뛰었기 때문에 적자가 더 커졌습니다. 지난 7월 7일 전국농민대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가공식품과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북어채(15.1%), 고추장(12.1%), 단무지(10.4%)가 연달아 올랐고, 서울 지역 삼겹살(200g) 평균 가격은 처음으로 2만 1천 원을 넘어섰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출고가를 5.3% 올렸고, 더본코리아, 메가MGC커피, 이디야커피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도 잇따라 가격을 조정한 상황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6월 소비자물가도 3.2%를 기록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정부는 지난달 1조원 규모의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고환율과 기상 변수라는 구조적 요인이 남은 만큼 하반기에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