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휴전' 깨진 우크라이나 전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월 6일 선언한 '에너지 휴전'이 사실상 무력화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15일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 지역의 정유시설을 겨냥해 드론 69대와 순항미사일 4발을 발사했는데요. 랴잔 정유시설은 러시아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하며 모스크바 연료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꼽힙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폭격해 '에너지 휴전'이 무효화됐다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한 정유시설 타격을 멈출 수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반발했습니다. 그는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경유 정유시설 공격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경유 생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미국과 우크라이나, 최악의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푸틴보다 상대하기 어렵다"며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장거리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 정보 공유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운용에 의존하는 스타실드 위성통신 속도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브뤼셀 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이익을 위해서라면 미국에도 맞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추진 중인 경유 거래를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며, 이 거래로 러시아에 현금이 흘러들어가 푸틴의 전쟁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미국은 여러 지원국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조점입니다. 그는 유럽의 단합된 지원이 가장 큰 힘이라며 내년 전쟁 비용 1,550억 유로 가운데 최소 700억 유로를 유럽이 분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럽의 딜레마와 민간인 피해
EU는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밝혔는데요. 다만 유럽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전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유엔이 16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인 328명이 숨지고 2,105명이 다쳤는데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사상자가 85% 급증한 수치입니다. 10월 상반기에도 민간인 피해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그림자 선단' 제재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 속에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사이의 외교적 긴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