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가 터진 그날
2026년 7월의 마지막 주, 국내 증시는 역사상 가장 거친 파도를 만났습니다. 코스피는 6000선마저 내주고 한 달 사이 30% 가까이 밀렸으며,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와 매도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졌습니다. 월간 하락률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서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날에도 주가가 9% 넘게 급락했는데요. 실적과 주가가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이 이번 폭락의 복잡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레버리지 ETF와 구조적 딜레마
이번 급락을 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마치 방화마냥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브라질 현지에서 레버리지 ETF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그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파생상품 의존도가 큰 한국 시장의 구조적 특성, 그리고 중국 창신메모리의 부상과 딥시크 쇼크 같은 대외 변수가 겹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반도체 수요에 대한 확신을 꺾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는 호황 때는 레버리지를 타고 올라가지만, 한 번 무너지면 그 폭발력도 배가됩니다.
책임론과 수습의 기로
시장이 혼란에 빠진 사이 정치권의 책임 공방도 거세졌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용범 실장의 발언을 궤변으로 규정하고 즉각 경질과 경제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붕괴가 명백한 인재라며 정부의 무능을 직격했는데요. 반면 금융위원회는 예탁금을 현금 3,000만 원으로 강화하고 매매수량 단위를 개선하는 등 다급하게 보완 카드를 꺼냈습니다. 8월 중에는 증권사와 운용사의 관리 책임을 높이는 투자자 보호 체계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김 실장은 AI 혁명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반도체 R&D와 투자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