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참사 뒤 축구협회 수사 본격화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홍명보 전 감독과 정몽규 전 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감독 선임 과정 의혹은 더 무거운 국면을 맞이했는데요. 종로경찰서가 맡던 관련 사건 8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되며 수사 체급이 올라갔습니다.
이 수사는 2024년 7월부터 시작됐지만 2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행정법원이 선임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한 뒤에도 경찰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했죠. 최근 문체부 징계 요구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서울청이 직접 나선 것입니다. 이번 이송은 단순 절차 위반을 넘어 조직적 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됩니다.
시민단체 고발 확대…혐의는 업무방해·배임
수사가 본격화하자 시민단체의 고발 대상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홍명보 전 감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처음 직접 고발했는데요. 32강 진출 실패에도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이유입니다. 정 전 회장,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공모해 전략강화위원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제기했습니다.
홍 전 감독은 과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던 인물이라 이번 고발은 의미가 다릅니다. 시민단체는 세 사람이 강요·협박·업무방해를 저지른 정범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축구협회는 내부 규정과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라 수사를 통해 실제 형사 책임 여부를 밝혀야 합니다. 서울청 광수단은 행정상 위법과 형사상 불법을 구분해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협회장 직선제 도입, 현실적 난관은 여전
축구계 쇄신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차기 회장을 200여 명 선거인단이 뽑는 간선제 대신 회원 직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기존 '체육관 선거'가 기득권을 반복 생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거세진 탓입니다.
하지만 직선제 도입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가맹 단체 회장 선거를 간선제로 하라는 규정이 있어 개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피파는 온라인 투표를 금지하고 있어 15만 명 회원을 대상으로 현장 투표를 해야 하는데, 수십억 원의 비용과 행정 부담이 따릅니다. 정부가 강제 개입할 경우 피파로부터 정치적 간섭이라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변수입니다.
대한체육회는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 선출 규정을 완화하며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려 합니다. 다만 축구협회가 외부 개입에 반발해 가처분 소송을 낼 가능성도 제기되며, 개혁은 산 넘어 산입니다. 월드컵 참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투명한 구조와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