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이 손잡은 협력 체계
2027년 3월 시행 예정인 ‘지역필수의료법’을 앞두고,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인 협력 모드를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의 보건국장과 권역책임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협의체 회의를 연 자리에서, 향후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지역 주도성’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각 지역이 스스로 의료 공백을 진단하고 필요한 사업을 설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전환의 신호탄입니다. 회의에서는 응급, 분만, 소아 등 지역별로 취약한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선도사업’ 추진 방향이 논의되었고,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환자 전원 시스템 강화가 주요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법 시행을 위해 각 시도에는 ‘필수의료위원회’가 신설될 예정입니다. 복지부는 이 위원회가 공무원, 의료계, 환자 대표, 전문가 등이 균형 있게 참여해 지역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의료 수요와 공급 여건, 심지어 환자들의 이동 패턴까지 세심하게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서울과 지방, 혹은 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의료 접근성 격차라는 오래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입니다.
“지역이 직접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설계한다”
새로운 법의 핵심 철학은 고형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의 발언에 잘 드러납니다. 그는 “지역마다 필수의료 공백의 양상과 원인이 다르다”며, “지역이 직접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은 응급실 부재가 문제라면, 다른 지역은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가 없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내려오는 해법보다는, 현장의 눈높이에서 맞춤형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진료권별 협력체계’ 구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일 의료기관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이나 야간·휴일 응급 상황에서, 인근 병원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환자를 원활하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이는 특히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 이송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법 시행 전까지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하며, 국민 누구나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력 확보의 키, ‘계약형 지역의사제’ 논의 가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이를 운영할 의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정책이 바로 ‘계약형 지역의사제’입니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250여 명의 공공의료 전문가들이 이 제도의 세부 설계를 놓고 집중 논의를 벌였습니다. 제도의 골자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지정된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일정 기간 복무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 중 상당수를 이 지역의사 제도에 배정할 방침이지만, 아직 복무 연한, 급여 수준, 계약 이탈 시 제재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바로 그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복무 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하면 지원자가 줄어들고, 너무 관대하면 공공성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딜레마 속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인력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정착하고 지속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습니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경제적 보상뿐만 아니라 근무 환경 개선과 전문성 발전 기회 제공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2027년 법 시행까지 약 2년여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협력 체계 구축, 지역 맞춤형 실행 계획 수립,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의료 인력 확보 문제 해결. 이 세 가지 과제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지역이 주도하는 필수의료’라는 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