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로 확정된 핵심 혐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대법원 2부는 10월 8일 이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는데요. 특검 수사가 진행되던 2025년 7월,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혐의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이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차모씨에게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지고 밟아 없애라고 지시했고, 차씨는 실제로 이를 발로 짓밟아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먼저 정리한 셈입니다.
왜 처벌하지 않았나
재판의 핵심은 이 전 대표를 어떤 형태의 범죄로 볼 수 있느냐였습니다. 검찰은 그를 증거인멸 교사범으로 봤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두 재판부 모두 '자신이 만든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 원칙은 형법상 자기 증거 인멸이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에 기반합니다. 교사범이든 공동정범이든, 결국 자기 증거를 없앤 행위 자체에는 죗값을 물을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하급심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반대로 휴대전화를 실제로 파손한 차모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 이 형량은 대법원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남은 수사와 파장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활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도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다만 이번 무죄 확정으로 증거인멸과 관련한 직접 혐의는 법적으로 정리된 상황입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증거인멸죄의 적용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 대상을 스스로 정리하는 행위를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는 오래된 논쟁거리인데요. 법원은 이번에도 자기 증거 인멸에는 죄를 묻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겁니다.
다만 구명로비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별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검 수사의 향방과 함께, 관련 의혹이 어떻게 정리될지가 다음 관심사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