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할증료 쇼크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이 영향으로 4월 항공권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뛰는 '할증료 쇼크'가 발생했는데요. 대한항공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만 6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5월에는 미국 노선 왕복 유류할증료가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할증료 인상은 저비용항공사(LCC)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FSC)까지 모든 항공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에 따라 매달 조정되는데, 현재의 가격 상승폭은 유류할증료 체계 도입 이후 최대 수준입니다. 게다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경영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서는 고환율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항공유 가격이 전체 운항 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항공사들의 비상 경영 체제
이런 초비상 사태에 국내 항공사들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진에어, 에어부산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도 동참했습니다.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라는 극한 상황을 맞아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겁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감편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제주항공은 5~6월 동안 동남아 노선 110편을 감편하기로 했는데, 이는 단일 항공사 기준 최대 규모입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과 캄보디아 노선에서 총 14회의 운항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노선 감편과 함께 각 항공사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연료절감 운항기법 도입 등 비용 효율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운임에 전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항공사들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여행 시장 파장과 전망
유류할증료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은 당연히 소비자에게로 연결됩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소비자들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고, 비용 부담이 적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항공편에 의존도가 높은 제주 관광의 경우, 당장은 미리 예약한 관광객 덕에 양호한 흐름을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방문객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제주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료 인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여행 비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광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정책 금융 지원 등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노선 감편과 비용 절감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된다면 항공사들의 재무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항공업계와 관광업계 전체가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