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공동 개입, 열흘 만에 되돌아온 환율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까지 치솟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28년 만에 공동 외환 개입에 나섰습니다. 일본은 이틀간 약 13조 7천억 엔을 사들였고, 미국 재무부까지 가세해 유로를 팔고 엔화를 매수하는 이례적인 공조를 보였는데요. 당시 환율은 155엔대까지 급락하며 엔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만에 상황은 역전되었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다시 159엔대로 올라서며 공동 개입의 효과가 절반 이상 상쇄되었고, 원·엔 환율 역시 100엔당 890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약세 흐름이 굳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입이 단기적 충격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와 금리 격차가 만든 구조적 허점
엔화가 개입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리막을 탄 데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먼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연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무역적자 우려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사이의 약 200bp에 달하는 큰 금리 격차와 일본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맞물리며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태를 분석하며 적절한 정책 조합이 없다면 개입 효과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 뒷받침 없이는 환율 상승을 막기 어렵고, 목표 달성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도 과거 사례를 들어 공동 개입만으로는 추세적 방향을 뒤집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의 시선은 9월 일본은행으로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오는 9월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9월 추가 인상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미국 측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개입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오히려 인상 사이클 종결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며 신중한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만약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될 경우, 한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 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환율이 다시 160엔대로 진입할 경우 추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통화 정책의 방향에 달려 있다는 점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