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건 넘긴 유출 물량과 역대급 과징금 가능성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6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심의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쿠팡의 '내 정보 수정 페이지' 취약점으로 인해 성명과 이메일 등 총 3,367만 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는 과거 SK텔레콤 사건을 넘어선 국내 민간 기업 최대 수준입니다.
현행법은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쿠팡 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법정 최대 과징금은 약 1조 3,637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는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어서는 금액이자, 과거 SK텔레콤에 부과됐던 1,348억 원의 약 10배 규모입니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감경 사유와 위반 행위의 구체적 범위를 따져 산정되기 때문에 법정 상한선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감경 사유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
쿠팡 측은 과징금 산정에서 감경 요인을 적극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제 정보나 유심 인증키 같은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2차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고 이후 개인정보 회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소명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이는 과거 SK텔레콤 사건에서 사후 수습 노력을 인정받아 매출의 1% 수준인 1,348억 원만 부과됐던 선례와 비교할 때 중요한 변수입니다.
반면 가중 처분 사유도 적지 않습니다. 쿠팡은 정부의 자료 보전 명령을 어기고 5개월 분량의 웹 접속 로그 기록을 삭제했으며, 최초 신고 당시 유출 규모를 축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송경희 개인정보위원장은 법 원칙에 따라 책임에 상응하는 엄격한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강력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과징금 규모를 두고 양측의 법적 대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소비자단체 엄벌 촉구와 산업계의 주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개인정보위가 법정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대형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관대해 법의 실효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거대 플랫폼이 편리함을 명분으로 막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을 꼬집으며,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국회의 집단소송법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유통업계는 이번 처분 결과를 바로미터로 삼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티빙과 CU편의점 택배 등 최근 유출 사고를 겪은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오는 9월부터는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위반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개정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번 쿠팡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보안 미비에 대한 책임 추궁은 필요하지만, 유출 규모만으로 징벌적 과징금을 매기기보다는 정보의 민감성과 사후 대응 등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