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돌파한 1,560원선
원/달러 환율이 지난 6일 야간 거래에서 장중 한때 1,561.5원까지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560원선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나온 최고 수준이라, 외환시장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원화 약세를 넘어선 복합적 위기 신호로 읽히고 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유독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야간 거래에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역내 환율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강달러와 외국인 매도세의 복합 리스크
이번 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5월 고용보고서였습니다.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조를 보이자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었고, 이에 달러인덱스는 약 2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 결정적 요인입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약 120조 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는데, 주요 기업에 대한 초과이익 공유 압박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넘어 자금 이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성을 우려해 달러 환전을 미루면서 수급 불균형이 가중되었고, 이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의 급등을 통해 역내 환율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파장과 엇갈린 해법
고환율 기조는 이미 국내 경제에 구체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이 20%대에 진입하면서 취약계층과 내수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요. 반면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달러선물 ETF와 환노출형 미국 ETF는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라고 규정하고, 청와대 내에 '환율 대책 TF'를 즉각 신설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환율 인식이 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향후 전망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위기 당시 고점이었던 1,59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1,400원대 중후반으로 하락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연구소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이어지겠으나, 고금리와 고환율로 인해 코스피 상승세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