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상공을 뒤덮은 822대의 드론
2026년 8월 16일에서 17일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향해 822대의 장거리 드론을 발사했는데요. 이 중 약 600대가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했고, 나머지는 벨고로드, 로스토프, 크름반도 등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들 모두를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추락한 드론 잔해가 민가와 물류창고를 덮치면서 7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에 위치한 러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가 피격되어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업체가 군수물자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집중 공격을 이어왔는데요. 이번 공습으로 러시아 내부의 물류망과 유통망이 직접 타격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반면 러시아도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키이우의 미사일 부품 생산시설과 드론 공장을 비롯해 크리비리흐의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수미, 레멘추크 등 전역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수도 키이우의 한 서점은 불에 타 재만 남는 등 민간 시설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지상전을 대체하는 공중 소모전
최근 교전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상전의 교착 상태 속에서 공중전이 전쟁의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양측은 전선 돌파보다 상대방의 후방 인프라와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자체 생산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물류망을 겨냥하고, 러시아는 탄도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망과 방산시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일주일간 러시아가 드론 1,550기와 유도폭탄 1,560기, 미사일 62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처럼 러시아의 공세 규모가 극도로 심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에게 창고에 묵힌 요격 장비의 즉각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를 소진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총선 앞두고 커지는 불안과 민간인의 죽음
이번 공습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정치적 일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9월로 예정된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연료 배급제가 시행되고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서 내부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러한 민심의 동요를 외부의 적으로 돌리기 위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편, 전쟁이 4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언론 보도의 초점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에 따르면, 관련 보도에서 민간인 관련 키워드 비중은 1년 차 16.9%에서 4년 차 11.3%로 줄어든 반면, 정치·외교 키워드는 37.8%에서 68.6%로 크게 늘었습니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개인의 고통이 전략과 성과의 언어에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6년 상반기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9,3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는데, 이제는 키이우 서점의 재만 남은 책들처럼 민간인의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