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돌파구, 첫 IDH 표적치료제 등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IDH 변이 양성 신경교종 치료제 '보라니고정(보라시데닙시트르산)'을 허가했다. 이는 해당 질환에 대한 국내 첫 표적치료제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신경교종은 원발성 뇌종양의 가장 흔한 유형이며, 저등급(2등급) 환자의 80% 이상에서 IDH1 또는 IDH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기존 치료는 수술 후 경과 관찰이 주를 이뤘으나 재발 위험이 높아 한계가 있었다. 이번 허가는 이러한 치료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변이된 IDH 억제, 종양 성장 차단
'보라니고정'은 변이된 IDH1/2를 억제해 종양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표적치료제다. IDH(이소시트르산 탈수소효소)는 세포 대사에 관여하지만 돌연변이 시 발암물질 2-HG를 과다 생성한다. 이 물질은 종양 미세환경을 조성해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촉진한다. 보라니고정은 변이된 IDH 효소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2-HG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종양세포의 성장을 막는다. 이는 정밀의학 기반 치료의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3상 'INDIGO' 연구에서 보라니고정은 위약 대비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61%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27.7개월로 크게 개선됐으며, 다음 치료까지의 기간 연장 및 24개월 생존율 향상 등 장기 효과도 확인됐다. 특히 1일 1회 경구 복용으로 복약 편의성이 높아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치료 환경 변화와 전망
이번 허가는 IDH 변이 신경교종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브란스병원 장종희 교수는 “보라니고정이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 감소와 함께 다음 치료 시기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였다”며 “장기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약은 주로 35~44세 청·장년층에 발생하는 저등급 신경교종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신속 공급을 위해 규제과학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허가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한국세르비에 올리비에 루쏘 대표이사는 “보라니고정의 국내 허가가 신경교종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밀의학 기반의 희귀암 치료 혁신을 통해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처럼 보라니고정의 등장은 오랫동안 답보 상태였던 신경교종 치료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임상 현장에서의 실제 효과와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