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0건 민원에 국회 제출 전 긴급 수정
재정경제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부담 강화 방안이 담겼는데요. 특히 실거주 여부에 따라 보유세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공시가격 35억 원(시가 50억 원) 주택을 10년간 보유한 60세 1주택자의 경우, 거주 시 연간 보유세는 1,879만 원 수준이지만 비거주 시에는 2,871만 원에 달해 약 992만 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됩니다. 합산 시가 50억 원 상당의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경우, 보유세가 기존 2,490만 원에서 4,664만 원으로 크게 늘어나는데요. 같은 가격대의 실거주 1주택자와 비교하면 2,785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법 관련 민원이 8,100건 이상 쏟아졌고, 정부는 이례적으로 국회 제출을 20여 일 앞두고 정부안 수정에 착수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본시장 세제도 동시에 손질
민원이 집중된 부분은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과세 방식이었습니다. 정부는 취학, 질병, 해외체류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인정했는데, 이를 더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죠. 이에 따라 조정안에는 완화된 비거주 예외 사유가 담길 예정이며, 공동명의 1주택자가 다주택자로 취급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재경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자본시장 세제 역시 수정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ISA 혜택을 줄이는 '생산적금융 ISA' 신설과 논란이 많은 '주가누르기방지법'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는데요. 이는 국장 투자 전용 계좌 신설 등 기존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통상 정부안을 고수하고 국회에서 다투는 관례와 달리, 제출 전 단계에서 손질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조용한 증세' 논란과 합리적 과제
이번 세제 논란의 이면에는 '조용한 증세'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가와 자산가격은 꾸준히 올랐는데, 과세 기준이 명목 금액으로 고정되어 있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 부담이 저절로 커지는 구조인데요. 실제로 서울에서 시세 15억 원을 넘는 아파트 비중이 5년 새 22%에서 40%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초고가 주택 기준이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평범한 주택까지 고가로 편입되는 왜곡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건강보험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가입자 급여 외 소득 공제 기준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 역시 물가 연동이 없는 명목액 기준이라 조용한 증세 성격을 띠며,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소급 효과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전문가들은 과세가 명시적인 사회적 공감대 없이 추진될 경우 강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부가 입법예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