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꺼낸 외교적 승부수
미국과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이 새로운 협상 로드맵을 내놨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파키스탄과 오만 등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이 제안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단계에서는 군사적 공격의 종식과 재개 불가를 보장받고, 2단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관리의 새로운 법적 틀을 마련한 뒤, 비로소 3단계에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입니다. 이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이란 내 협상파가 꺼낸 외교적 승부수로 풀이됩니다. 국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면서도 협상 테이블로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죠.
트럼프의 레드라인과 강경 응답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응답은 단호했습니다. 그는 이란의 제안을 일축하며, 어떤 합의든 이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조항이 없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공개적인 협상단 파견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백악관 역시 해당 제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고, 단지 참모들과 논의가 있었다는 점만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명확합니다. 핵 포기는 어떠한 대화의 시작을 위한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해협 개방 제안이 사실상 ‘이란의 허가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는’ 체제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습니다.
휴전 붕괴와 확전 가능성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이,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간에 발효되었던 휴전이 사실상 깨졌는데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헤즈볼라도 보복으로 드론 공격을 가해 이스라엘 군인 1명이 숨졌습니다. 이 같은 지역 충돌의 격화는 미국-이란 간 직접 대립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춰지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 봉쇄의 효과로 이란의 주요 송유관이 3일 내로 파열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상당량의 여유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의 위기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굴복하길 바라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피해와 군사적 충돌 위험은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아라그치 장관은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라, 국제사회의 개입과 중재 역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