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5년 만에 다시 나타난 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60대 김모 씨가 또다시 산불을 낸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부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범행에 사용된 성냥 한 박스와 일회용 라이터를 몰수했습니다. 검찰 구형이 징역 10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그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겁니다.
김 씨가 다시 불을 지른 건 올해 1월부터 2월 사이였습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일대 산림 세 곳에 잇따라 불을 질렀는데요. 특히 2월 21일 함양 창원리 산불은 강풍과 험한 지형이 겹치며 43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축구장 320여 개에 해당하는 232㏊의 산림이 불탔고 비닐하우스와 농막도 소실됐으며, 피해액은 9억 원을 넘었습니다. 산불 대응 2단계와 국가 소방 동원령까지 내려질 만큼 상황이 컸죠.
17년간 96차례, 그 별명의 유래
김 씨는 처음 불을 지른 사람이 아닙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울산 봉대산과 마골산 일대에서 확인된 것만 96차례 방화를 저질렀습니다. 당시 3억 원의 현상금이 걸릴 만큼 지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고,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습니다.
공소시효가 남은 37건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이 확정됐고, 김 씨는 2021년 3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후 고향인 함양으로 옮겨 살았지만 약 5년 만에 같은 범행을 반복한 겁니다. 경찰은 합동 감식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김 씨를 긴급체포했고, 조사 과정에서 그는 불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
재판의 핵심 쟁점은 심신미약 여부였습니다. 김 씨 측은 병적 방화 질환을 근거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정신감정에서 질환이 확인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감형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범행이 스트레스와 음주로 인한 것으로 보여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에 막대한 피해에도 복구 노력이 없었던 점, 동종 범행으로 장기 복역하고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재판부는 산불이 공공의 안전과 평화를 심각하게 해치는 중대 범죄라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