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스스로 인정한 위법 감사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시절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전반적으로 위법·부당하게 진행되었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운영 쇄신 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 착수부터 보고서 시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특히 제보 내용 확인 없이 감사를 착수하고, 감사위원의 결재를 우회하는 전산 조작까지 벌인 정황이 확인되면서 표적 감사 논란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이미 관련 자료를 공수처에 송부했으며, 유병호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공수처는 3년 넘게 진행해온 수사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절차 무시한 감사 착수
문제가 된 감사는 2022년 7월, 전현희 전 위원장의 근무태도 관련 제보를 받고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감사 절차와는 달리 제보 내용에 대한 사전 자료 수집 없이 바로 실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감사원 내부 규정에 따르면 감사 착수 전 30일 이내에 자료 수집을 마쳐야 하지만, 이 같은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더욱 문제는 선행 감사 보고서 처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감사를 시작한 점입니다. 담당 과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 과정을 생략한 채 감사를 강행했으며, 이는 감사 절차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명백한 위법 행위로 판단됩니다. 전현희 전 위원장은 당시부터 이 감사가 자신을 겨낭한 표적 감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전산 조작으로 감사위원 '패싱'
감사보고서 시행 과정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주심을 맡은 조은석 감사위원이 감사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자, 감사원 사무처는 전자감사관리시스템을 조작해 그의 결재를 우회한 것입니다. 조 위원을 최종 결재 라인에서 삭제하고 유병호 전 사무총장을 결재자로 변경한 뒤, 유 총장이 재결재를 마친 후에야 조 위원을 다시 추가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런 전산 조작은 감사 과정의 투명성을 완전히 훼손한 중대한 위법 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문안에 없던 전 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비난 성격의 문구를 임의로 추가하는 등 감사보고서의 객관성까지 훼손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장이 보고서 시행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사무처는 이미 시행했다고 보고하는 등 감사위원회의 심의 권한을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파장과 향후 전망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감사원이 이재명 정권의 사냥개로 전락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감사원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권력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존재 가치를 잃었다"고 지적했는데요. 반면 전현희 의원은 "사필귀정"이라며 감사원의 뒤늦은 자성을 평가하면서도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쇄신 TF는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관계자들 때문에 활동 기간을 12월 5일까지 연장했습니다. TF 단장은 "특정 파벌색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해 공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감사원 내부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