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AI 선언과 초대형 협력의 탄생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한국을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인데요. 이번 행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함께했습니다.
총 9,500억 달러, 한화로 약 1,37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협력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및 AI 칩 파운드리 협력을 체결했고, SK그룹은 엔비디아 등과 7,50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메모리 장기 공급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는 브룩필드와 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계약을 맺었고,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로봇 개발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만찬과 불편한 동거
행사장 밖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만찬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젠슨 황 CEO가 식당 내 모든 손님의 식사비를 내겠다는 이른바 골든벨을 제안하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공무원 신분임을 이유로 정중히 사양하면서 나온 농담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식구 문화를 강조했고, 젠슨 황 CEO는 위 아 패밀리라고 화답하며 유대감을 과시했습니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협력의 장이었지만,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는 여전히 뿌리 깊은 경쟁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무대 양끝에 멀찍이 배치될 정도로 앙숙 관계를 보였고, 하드웨어 업계에서는 탈엔비디아 흐름을 주도하는 리사 수 AMD CEO가 행사에 불참하며 미묘한 기류를 드러냈습니다. 벤처 투자계에서도 비노드 코슬라와 마크 앤드리슨의 정치적 갈등이 참석 여부로 표면화되었습니다.
성과를 뒷받침할 정책 실행력
이번 선언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협력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실 빅테크 기업들은 여러 파트너를 경쟁시키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주로 연결되려면 지속적인 협상과 경쟁력 확보가 뒤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초대형 협력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지속 가능하려면, 규제 혁파와 노동 유연성 제고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핵심 규제 면제 및 유예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 만큼, 메가특구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와 세제 지원이 시급합니다. 또한 하드웨어 중심의 공급망 역할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원천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버린 AI 구축도 장기적인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이 대통령의 어린 시절 헬리콥터 일화를 언급하며, AI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협력의 성과를 넘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 변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느냐가 진정한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