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이라는 숫자
구치소에 수감된 한 사람이 받은 영치금이 20억원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뒤 약 19억 5천만원을, 김건희 여사가 구속된 뒤 약 2억 4천만원을 각각 영치금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두 사람을 합치면 21억 9천만원, 사실상 22억원 규모입니다.
영치금은 원래 수용자가 외부에서 받아 교정시설 안에서 쓰는 생활비 성격의 돈입니다. 모포나 생필품, 병원 치료비처럼 개인적으로 필요한 지출에 쓰이도록 설계돼 있죠.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액수는 본래 용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돈이 대통령 연봉의 여덟 배에 달한다며, 교도관이 개인 비서처럼 동원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400만원의 벽, 그 너머
문제의 핵심은 제도 설계에 있습니다. 현행 법무부 보관금품 관리지침은 수용자 한 명당 교정시설이 보관하는 금액을 400만원으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이 한도를 넘는 돈은 막히는 게 아니라 수용자 개인 명의의 예탁금 계좌로 옮겨집니다. 400만원이라는 상한은 사실상 아무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 구조에서는 입금 총액에 제한이 없습니다. 외부에서 얼마든지 돈이 들어올 수 있고 출금도 자유롭습니다. 거액의 자금이 구치소 안에서 관리되는 만큼, 정치 자금의 우회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대로 교정 당국 입장에서는 수용자의 치료비나 생필품 구매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습니다.
한도는 어디에 둘 것인가
법무부는 제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종합감사에서 보관금 본연의 취지와 다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총액을 일률적으로 묶기보다 일정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에 한도를 두는 방식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야당은 400만원을 넘는 금액의 입금과 송금 자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법무부는 대신 기간별 한도를 두면 생활비와 의료비 지출은 보장하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어느 쪽이든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구치소가 편법 자금 통로로 쓰이는 관행을 끊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