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설계의 힘
호주 시드니의 철도 승객들이 최근 새로운 2층 전동차에 '엄지 척'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로템이 공급한 '마리융' 전동차는 휠체어 사용자부터 유모차 이용객, 자전거 탑승자까지 모든 교통약자를 배려한 설계로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죠. 호주 척수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이 열차의 편의성에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현대로템의 특별한 접근법이 있었습니다. 중국 중차나 프랑스 알스톰 등 경쟁사들이 현지 요구에 난색을 표한 가운데, 현대로템은 무려 13개월 동안 215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인 단체, 노인 협회, 노조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2,871건의 설계 변경을 단행하며 현지 맞춤형 설계에 철저히 집중한 결과죠.
장애인 배려에서 찾은 경쟁력
현대로템의 NIF 전동차는 호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교통접근성 기준을 철도 차량으로는 최초로 100% 충족했습니다. 휠체어 전용 공간은 물론이고, 낮게 설치된 비상벨, 의료용 폐기물 수거함까지 갖춘 전용 화장실을 구현했는데요. 기둥식 손잡이를 제거해 휠체어와 자전거 통로를 확보하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청기 연동 방송 시스템까지 세심하게 설계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넘어 현지 사회의 요구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자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실물 크기 시제품을 만들어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등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호주 현지에서 '종이 열차'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빈번한 설계 변경을 초래했지만, 결국 현지 시장 공략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호주 시장 돌파의 전략적 의미
현대로템의 호주 진출 성공은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닙니다. 2016년 1조 6,000억 원 규모의 NIF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퀸즐랜드주의 QTMP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수주하며 호주에서만 누적 2조 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현대로템이 단일 국가에서 거둔 최대 규모의 수주 실적으로 기록됩니다.
특히 호주 시장의 높은 수익성은 현대로템에게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철도 시장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반면, 호주에서는 국내에 없는 미래 기술들을 적용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자식 높이 조절 장치와 열차-승강장 간격 보정장치 등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셈이죠.
글로벌 확장 가속화
호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대로템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용배 사장은 내년 철도 부문 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는데요. 이는 올해 예상 매출 1조 9,000억 원보다 높은 목표치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철도 부문에서 2조 원 매출을 돌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주목할 것은 미국 뉴욕시의 대규모 전동차 교체 사업 참여입니다. 현대로템은 이미 NYCT의 기술력 검증을 통과했으며, 프랑스 알스톰과 일본 가와사키·히타치 등 세계적인 철도 강자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사업에서 쌓은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또한 철도 부문의 국산화율을 85%에서 95%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수입하던 전장품들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산화하는 등 기술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죠. 이원상 CTO는 "이제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내년부터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