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의 전수조사, 드러난 민낯
7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 헥타르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고, 5월까지 115만 헥타르를 1차로 확인했는데요. 그 결과 약 27%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습니다. 불법 임대차가 21.1%, 무단 휴경이 11.6%에 달했습니다.
농지법의 원칙은 자경입니다. 농작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 절반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해야 하는데, 대부분 농사를 맡기고 가끔 돕는 수준은 자경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고령화와 상속, 인구 감소로 관행처럼 굳어진 임대차가 대거 위법 상태로 드러난 셈입니다.
2~3년 유예, 양성화 카드
정부와 여당은 관행적 위반을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특별조치법으로 정상화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2~3년의 특례 기간인데요. 이 기간 안에 신청하면 불법 임대·전용 농지를 적법으로 인정하고, 하천이나 도로로 쓰이는 농지, 임야화된 농지는 실제 이용 상태에 맞춰 지목을 바꿔줍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광석 연구위원은 과거 임시 특례 1년, 건물 정리 18개월, 무허가 축사 3년 사례를 들며 최소 2~3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나치게 짧으면 복잡한 소유관계와 지목 문제를 정리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특조법은 연내 국회 발의를 거쳐 제정되고, 내년 상반기에는 농지법 개정도 병행될 예정입니다.
남은 숙제, 농지은행과 투기
관행 임대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기라는 방침에도 걸림돌이 있습니다. 이미 매입 신청이 들어왔지만 처리가 안 된 농지가 3,220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합니다. 전부 사들이려면 약 1조 2,397억 원이 필요한데, 예산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투기 농지 처분을 놓고는 당정 이견도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처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금주 의원 등은 전수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 구축용으로만 활용하고 투기·전용 사례는 따로 다루자고 주장합니다. 경남도의원 41명은 재검토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냈고, 행안부 차관 모친 소유 농지의 위반 여부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7일 국정감사에서는 농협 개혁과 CPTPP 가입 영향까지 함께 다뤄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