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내각이 출범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정부 지지율이 일제히 50%대로 떨어졌는데요, 특히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57%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2년 기시다 정부 이후 처음 있는 한 달 만의 두 자릿수 하락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진 순간
요미우리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57%로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34%까지 올랐습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53.7%에 그쳤으며, 무당층에서 비지지 응답이 지지 응답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는 중도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사실 이런 추이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당내 분위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분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국민의 심정을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는데, 이 답변 자체가 위기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대폭적인 지지율 하락에 실망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왕은 빼고 36~38촌 남성을 양자로?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불씨는 지난 6월 통과된 황실전범 개정안입니다. 이 법안은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해도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면서도, 왕위 계승은 옛 왕가 남계 남성 후손을 양자로 들여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는 계승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36~38촌 관계에 있는 남성이 양자로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문제는 국민적 여론과 정부의 선택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서 여성 일왕 인정에 대해 84%가 찬성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남성 중심 계승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성인 양자 제도는 에도시대 사무라이 가문에서 시작해 스즈키나 닌텐도, 도요타 같은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에 활용해 온 방식입니다. 기업에서는 능력을 보고 양자를 삼더라도 왕실에서는 혈통 조건을 강조하다 보니, 국민들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가와 정치적 동력의 상실
경제 문제 역시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정부의 물가 상승 대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71%에 달했는데, 이는 전달보다 15%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입니다.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엔저 현상과 채권 수익률 급등이 생활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식품 판매세 인하를 공약했지만 시장 압력과 집권당 내부 반대로 결정을 미루고 있고,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치인 1%로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자물가 급등이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 물가가 오를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내각 개편을 검토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다이와증권 전문가조차 과거 정부 대비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막대한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더 큰 부담이 예상됩니다.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황실 문제와 물가 대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8월이나 9월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내각 개편이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더 큰 위기의 서막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