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남성, 장남에 재산 몰아주기…대법 “이혼 사유”

일경v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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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0월 4일 오후 5:45

발행: 2025년 10월 4일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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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남성이 아내 반대에도 부부 공동 재산 18억 원을 장남에게 증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는 혼인 관계 파탄의 중대한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이는 배우자 간 재산 문제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입니다.

90대 남성, 장남에 재산 몰아주기…대법 “이혼 사유”

60년 이상 부부가 함께 일궈온 소중한 재산을 배우자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증여한 행위가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혼인 관계 중 배우자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중요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부부 공동 노력으로 쌓은 재산, 일방적 처분은 불가

사건의 발단은 1961년 결혼한 A 씨와 B 씨 부부에게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농사를 짓고 식당을 운영하며 가계를 꾸려왔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재산은 대부분 남편 B 씨 명의로만 등기되어 있었습니다.

갈등의 불씨는 2022년, 부부 소유의 토지가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편입되면서 3억 원의 수용 보상금이 지급될 때부터 지펴졌습니다. 아내 A 씨는 이 보상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부 공동의 생활을 위해 사용하거나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B 씨는 A 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상금 전액을 장남에게 증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B 씨는 같은 해, 감정가액이 15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까지 장남에게 넘겼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부부가 함께 일궈온 총 재산 중 18억 원 이상이 장남에게 이전되었고, 남은 재산은 약 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으로 인해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유 재산' 주장, 대법원에서 뒤집히다

이에 대해 B 씨는 증여한 재산이 결혼 전부터 소유했거나 상속받은 자신의 '특유 재산'이므로 아내의 동의 없이 처분해도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 역시 이러한 B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부부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A 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부부가 혼인 기간 동안 서로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는지와 관계없이 재산 분할 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산을 취득한 사실뿐만 아니라,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하는 과정에서의 배우자의 기여와 협력을 모두 인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경제적 기반 훼손, 신뢰 파괴… 참을 수 없는 고통

대법원은 B 씨가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이 부부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자택과 농경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가치가 18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재산의 일방적인 처분은 부부 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이며, 배우자인 A 씨가 남은 생애를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B 씨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A 씨와의 충분한 상의나 합의 없이, 그리고 A 씨가 노후에 의지할 만한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재산을 처분한 점을 중대하게 고려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배우자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A 씨에게 혼인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배우자의 동의 없이 부부 공동의 경제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재확인하며, 노령의 배우자 간 재산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한층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