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포옹과 특별한 인연
이재명 대통령이 21년 만에 한국을 공식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두 팔 벌려 꽉 껴안으며 맞이했습니다. 국빈 방문 첫날인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행사는 ‘영원한 동지’와 ‘아미고(친구)’라는 호칭으로 가득했는데요. 두 정상은 서로를 ‘소년공 출신’이라고 지칭하며 과거 노동자로 살았던 시절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 같은 개인적 유대감은 공식 외교 무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뜨거운 정서를 만들어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책에 즉석에서 서명을 요청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이 농담삼아 한 ‘한국 화장품 덕분에 젊어보인다’는 말을 기억해 K-뷰티 세트를 선물하는 세심함까지 보였죠.
이어진 국빈 만찬에서는 한국의 한우 갈비구이와 브라질의 슈하스쿠 바비큐가 함께 오르는 등 양국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든 치킨과 생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 회동’이 진행되면서, 식탁 위에서도 경제적 교류의 상징성을 담아내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만찬사에서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을 ‘오랜 동지’이자 ‘형제’와 같다고 표현하며 양국 관계의 깊이를 강조했습니다.
선물에 담긴 실용 외교의 전략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 대통령이 준비한 맞춤형 선물들입니다. 노동 운동가 출신인 룰라 대통령에게는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축구 강국 브라질을 의식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했죠. 영부인에게는 반려견을 위한 케이프와 삼성 스마트폰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의를 넘어 상대방의 관심사와 정체성을 세심하게 반영한 ‘맞춤형 실용 외교’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선물 외교는 취임 이후 꾸준한 화제를 모아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는 국산 만년필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바둑판 세트를 선물한 것이 대표적이죠.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물받은 만년필의 필기감에 만족해 직접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제작 공방에는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상 간 교류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제품을 활용하는 전략은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까지 창출하는 이중적 성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전통 공예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작품을 선물하며 한국의 문화와 기술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죠.
경제 포럼과 전방위 협력 합의
화려한 외교적 제스처와 함께 실질적인 경제 협력의 발판도 마련되었습니다. 룰라 대통령의 방한에는 약 3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 동행했는데요, 엠브라에르, 페트로브라스 등 브라질 주요 기업의 수장들도 포함되었습니다. 23일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제조, 핵심광물, 인공지능(AI)을 3대 핵심 협력 분야로 설정하고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공식 회담을 통해 2004년 체결된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브라질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이 결합된 협력, 그리고 식량 안보를 포함한 농업 분야 협력 확대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브라질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에 발맞춰 건설기계 분야에서의 협력 성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한 이번 만남은 단순한 정상 회담을 넘어, 양국 경제 관계를 수출-시장 차원에서 생산·공급망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