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상공을 위협하는 새로운 그림자
러시아군이 제트엔진을 단 장거리 드론 76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일대를 대규모로 공습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루 동안 최소 9차례의 공습경보가 발령됐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70대를 격추했음에도 일부 드론과 파편이 지면으로 떨어져 피해가 이어졌는데요. 이번에 투입된 '게란-5'는 기존의 소형 드론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드론은 최고 속도 시속 600km, 최대 비행거리 950km에 최대 90kg의 고성능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사실상 순항미사일에 준하는 성능을 갖췄습니다. 러시아가 기존의 저속 프로펠러 드론에서 이런 고속 제트 드론으로 전술을 전환한 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무너뜨리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키이우의 하늘이 예전보다 훨씬 위태로워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방공망이 쉽게 잡지 못하는 이유
게란-5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와 고도입니다. 최대 6,000m 상공에서 시속 600km로 고속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에 쓰이던 기관총이나 요격용 드론 같은 저비용 방공 자산으로는 요격이 극히 어렵습니다. 이동식 방공 부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거죠.
사실 올해 7월 들어 러시아의 제트엔진 드론 발사량이 6월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공습에서는 전체 드론의 3분의 2가 제트 드론일 정도로 비중이 커졌는데요. 이는 러시아가 값싼 드론으로 고가의 방공 미사일을 소모시키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요격해야 하지만, 그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나토 동유럽까지 들어온 사정권
더 우려스러운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제트엔진 드론 전용 발사대를 갖춘 신규 기지를 10곳이나 건설했다는 점입니다. 이 기지들을 거점으로 삼으면 우크라이나 전역은 물론이고 인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까지 직접 사정권에 들어오게 됩니다.
당연히 서방은 방공 미사일 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순항미사일보다 생산 단가가 훨씬 저렴한 제트드론을 러시아가 대량 생산해 쏟아붓는다면, 이를 막아내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방공 미사일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까요. 앞으로 드론 한 대를 격추하기 위해 수십 배의 비용이 드는 미사일을 쏴야 하는 소모전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전술 변화를 넘어 동유럽 전체의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