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원의 치밀한 작전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 7월 말, 양국은 총 15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엔화 매수에 나섰는데요.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 거래량이 줄어드는 '7말 8초'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일본은 이틀간 12조 엔을 투입했고, 미국은 260억 달러 규모로 가세했습니다. 이는 1998년 이후 미국이 직접 엔화를 사들인 첫 사례로, 단순한 통화 방어를 넘어선 이례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개입에서 미국은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사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자국 통화인 달러를 직접 쓰지 않아 강달러 기조를 해치지 않으려는 깊은 계산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국이 숨긴 진짜 목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우정의 신호'라고 표현했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우려는 일본이 엔화 방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경우, 미국 장기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국채 이자 부담 증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FIMA 레포 제도를 활용했습니다. 이는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방식인데요. 덕분에 일본은 미 국채를 실제로 팔지 않고도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고, 미국은 국채 시장의 직접적인 충격을 피하는 절충안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유로화를 매도한 것은 중국이 위안화 방어 명분으로 미국의 자국 통화 매도를 비판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했습니다.
근본적 해법은 여전히 멀다
안타깝게도 이례적인 공조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최근 1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고 낙찰금리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2.9%를 기록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외면하고 있는 건데요. 반대로 시장은 이제 외환 개입이 아닌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만이 유일한 출구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9월 인상 가능성이 기존 25%에서 47%까지 급등했고, 주요 금융사들도 인상 시점 전망을 12월에서 9~10월로 앞당겼습니다.
문제는 미·일 간의 금리 차이라는 구조적인 펀더멘털이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확실히 밑돌아야 엔화 강세가 일시적 반등을 넘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155엔에서 160엔 초반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