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부터 사서 태우자는 제안
삼성전자 주주환원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내, 남은 재원을 우선주 매입과 소각에 우선 배정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약 60조 원이 넘는 잔여 재원을 현금배당 대신 자사주 소각에 쓰는 게 주당 가치를 영구적으로 높이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있습니다. 현행 금산법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같은 금융계열사는 같은 그룹 비금융계열사 보통주를 10% 넘게 보유할 수 없는데요. 보통주를 소각해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면 금융계열사가 초과분을 팔아야 해서 소각 효과가 상쇄됩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싸게 사서 더 많이 태울 수 있다
가격 차이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약 26.7% 낮게 거래되고 있는데요. 같은 돈으로 보통주 1주를 소각할 재원이면 우선주는 1.36주를 태울 수 있습니다. 배당 재원 총액이 고정된 상황에서 우선주 수량이 줄면 보통주 주주의 주당 배당금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90조에서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세웠고, 이 중 30조 원은 3분기 현금배당으로 집행했습니다.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 방식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라, 라이프운용의 제안이 실제로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시장의 엇갈린 반응
제안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우선주는 2.02% 오른 18만 7,100원에 마감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보통주 등 반도체주가 대부분 밀린 날 나온 이례적인 상승세였습니다. 반대로 보통주는 0.2% 하락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초고수 투자자들의 움직임입니다. 수익률 상위 1% 투자자들은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를 순매수 1위로 담았지만, 정작 삼성전자 우선주는 순매도 상위에 올렸습니다. 주주환원 확대라는 재료와 단기 차익 실현이 맞물리면서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에서도 판단이 갈리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