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물류센터 사망 사고, 다단계 하청 구조가 빚은 원청과 하청의 극한 갈등

연경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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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달 전 수정 · 2026년 4월 24일 오후 10:21

발행: 2026년 4월 24일 오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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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CU 물류센터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다단계 하청 구조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화물연대는 원청인 BGF리테일과의 교섭을 요구하나, BGF로지스는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지만, 노동자 대표성과 지역별 형평성 문제로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비극적 사고로 촉발된 대립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벌어진 비극이 한국 물류 산업의 깊은 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0일,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조합원 화물차가 덮쳐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고립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빚은 충돌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 화물연대는 책임 소재를 두고 원청인 BGF리테일과 그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를 강하게 비난하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대응은 노조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BGF로지스는 사고 다음 날인 21일, 화물연대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요. 이는 교섭 테이블에 앉는 동시에 법적 제재를 가하려는 이중적 태도로 비춰지며 논란을 키웠습니다. 화물연대는 이를 ‘조합원 기만 행위’라며 강하게 규탄했고, 이후 열린 여러 차례의 실무 교섭도 4월 24일 기준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대립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성’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교섭의 핵심 쟁점은 단연 ‘사용자성’입니다. 화물연대는 CU 브랜드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실질적인 원청이므로 그들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BGF로지스와 CU 측은 완강히 부인합니다. 그들은 BGF리테일이 물류 업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없으며, BGF로지스 역시 각 지역 운송사와 개별 기사 간의 계약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3단계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화물연대와의 접촉은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일 뿐, 공식적인 단체교섭이 아니라는 입장이죠.

이런 복잡한 구조는 BGF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모회사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 흔합니다. SPC의 GFS나 배달의민족의 우아한청년들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이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업무를 전담할 경우 사실상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 사고의 본질을 ‘다단계 하청 구조’로 지목하며, **“BGF리테일이 원청”**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의 발언은 형식적인 고용 형태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종속 관계를 보아야 한다는 판례를 원용하며 논의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법적 공방 뒤에 숨은 구조적 모순

표면적인 법적 공방과 달리, 이 갈등의 뿌리는 훨씬 더 깊습니다. CU의 물류는 BGF리테일→BGF로지스→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 기사에 이르는 다단계 계약 구조로 이어집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최하층에서 근무하며, 임금과 작업 조건은 상위 계약자들의 결정에 좌우됩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려면 결국 최상위 원청과 대화해야 하지만, 현재 구조는 그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셈이죠.

BGF로지스는 화물연대의 대표성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전국 CU 배송 기사 약 5,500명 중 조합원 비율이 7~8%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일부만의 요구가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별로 물량과 거리가 달라 전국 일괄 교섭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보죠.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다단계 구조가 만들어낸 분산과 분할의 효과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노동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으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 속에서 원청은 책임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김영훈 장관이 지적했듯,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은 결국 이런 구조적 모순 때문입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의 구속 여부와 별개로, 이 비극이 던진 물음은 한국의 수많은 하청 노동 현장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과제를 되짚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