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한반도'와 4자 대화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중 4자 대화를 공식 제안했는데요. 그는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세 가지 청사진으로 내세우며, 오래된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단, 축소,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을 재확인했는데요.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겁니다. 청와대는 두 용어를 같은 의미로 혼용한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30분 회담에 담긴 한미 현안
연설에 앞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뉴욕 한 호텔에서 3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지난 7월 앙카라에 이어 두 달 만에, 11개월 사이 세 번째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입니다. 당초 일정에 없던 회담이 대미 투자 협상의 막판 진전으로 극적으로 성사됐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회담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농축, 재처리, 조선 협력, 북미 대화 재개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습니다. 특히 전작권 전환이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대미 투자 1호로 선정했다고 발표했고, 두 정상은 연말 마이애미 G20에서 다시 만나 골프를 치자는 얘기까지 나눴습니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건설적 기여국 연대'와 남은 과제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호르무즈와 홍해 봉쇄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는데요. 배타적 그룹을 새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 기존 국제질서와 유엔을 존중하면서 역량 있는 국가들이 분야별로 협력을 넓혀가자는 취지입니다. 미국의 파병 압박에 대한 우회적 답변으로 읽힙니다.
그는 또 'K 이니셔티브'의 3대 비전으로 글로벌 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 에너지 공급망 연대를 제시했고, 유엔 안보리 개혁에도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다만 4자 대화가 실제로 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제안이 결실을 맺으려면 미국과 중국의 지지, 그리고 북한의 호응이 뒤따라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