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상향, 그러나 그림자는 여전히
해외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와 한국 수출의 빠른 반등이 낙관론의 주된 이유인데요, S&P는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을 2.3%로 전망하며 기존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과 글로벌 교역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장률 상향이 한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 속에서도 뚜렷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바로 업종 간의 심화되는 양극화입니다. S&P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은 반도체와 비(非)정보기술(IT) 업종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한쪽에서는 AI(인공지능) 수요로 인한 호황이 예상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급 과잉과 경쟁 압박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쉽게 꺼지지 않는 ‘AI 버블’과 반도체 호조
AI 투자 열풍을 두고 ‘버블’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신용평가사의 시각은 다릅니다. 나이스신용평가(NICE)는 현재의 AI 투자 흐름을 ‘쉽게 꺼지지 않는 버블’로 규정하며, 이는 단순한 과열이 아닌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장기적인 흐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핵심은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사이클이 쉽게 멈추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구글의 AI 추론량이 조(兆) 단위로 급증하는 등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으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탄탄한 재무 구조가 막대한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AI 인프라 확대는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고성능 메모리 수요로 직결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미 회복 구간에 진입했으며, 2026년에는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 반등을 이끌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S&P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라 SK하이닉스와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석유화학·배터리의 지속적 도전
반도체 업종의 밝은 전망과 대조적으로, 석유화학과 배터리 등 비IT 업종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S&P는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과 인도의 대규모 투자 확대로 인한 공급 과잉 문제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새로운 설비 가동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신용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유사한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이 한국 경제에 지속적인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아닌, 글로벌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의 도전 과제로 해석됩니다.
양극화 시대, 기업의 선택은?
결국 내년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률이 상승하는 한편, 업종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면적인 그림을 보여줄 전망입니다. 이는 투자와 정책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반도체와 AI 생태계 관련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성장 기회가 열려 있지만,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서는 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구조 조정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들이 각 업종의 특성과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호황 업종이라도 지나친 확장에 따른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는 수익 구조 다각화나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